【카미디어】 김현준 기자 = 분홍색 선으로 칠해진 주차공간. 공영주차장이나 백화점, 할인매장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여성 전용 주차공간'이다. 임산부나 3세 미만 영유아를 동반한 여성 등에게 제공하는 것이 원래의 취지지만, 통상 '여성 전용'으로 통한다. 예전에 잠시 등장했던 지하철 여성 전용칸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곳에 남성이 주차를 해도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개운한 마음으로 주차하는 남성도 별로 없다. 빈 공간이 없어 분홍색 선을 넘는다 해도 죄 지은 것처럼 마음이 무겁다.
우리나라 여성 전용 주차공간을 촬영한 사진이 해외 자동차 매체와 블로그 등을 통해 퍼졌다. 이를 본 해외 누리꾼들은 호기심을 보였다. 반응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 매체 <월드카팬즈>에 댓글을 단 아이디 'hf7188'는 "여성이 운전을 못한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고, 아이디 'tomi.ro'는 "운전의 기본인 주차를 못한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면허를 박탈하는 게 옳다"며, "개인에게 어떤 혜택을 주지 말고 평등해야 한다"는 다소 감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미국의 소셜 뉴스 웹사이트인 '레딧(Reddit)'을 드나드는 누리꾼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fysic4L'를 쓰는 누리꾼은 "한국인들은 성차별주의자(Sexist)들인가?"라고 말했고, 아이디 'northrn_utopian'는 "이런 합법적인 성차별이야 말로 가장 훌륭한 성차별 방법"이라고 말했다. 아이디 'NewRoc914'는 "어떻게, 왜 저게 합법이지?"라며 강한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재미있는 의견들도 있었다. 아이디 'Alux'는 "여성 전용 주차칸을 주차장에서 가장 구석진 곳에 배치하면 여성들이 주차 연습을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라고 댓글을 달았고, 아이디 'JekDude'는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운전자는 여성 전용 주차공간에 차를 세워둘 수 있을까, 없을까?라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 독일의 '여성 전용 주차공간'에는 위와 같이 표시돼 있다. 'Frauen'은 '여성들'을, 'Parkplatz'은 '주차공간'을 뜻하는 독일어다.
한편, 유럽에도 여성 전용 주차공간을 운영하는 나라들이 있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은 여성 전용 주차공간을 설치한 적 있다.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성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현지에서도 여성 전용 주차공간의 필요성에 의문을 갖는 분위기다. 스위스는 여성 전용 주차공간을 폐지했고, 1990년대부터 여성 전용 주차공간을 운영해 온 독일에서도 쓸모 없다는 의견이 많다. 독일에서 2년 째 생활 중인 김연혜씨는 "독일 여성들은 여성 전용 주차칸이 굳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며, "전용 주차칸 보다는 CCTV가 더욱 믿음직하다는 게 그녀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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